[1618] 한국철도공사 고졸 인재 채용 1위, 한국전력공사 현 정부 들어 감소세

입력 2020-02-26 10:53   수정 2020-02-26 11:12


[하이틴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 공공기관 채용정보 사이트 알리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산하 공공기관 중 고졸 채용 인원이 ‘0’인 곳은 2019년 기준 265곳에 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223곳에 비해 약 19% 늘어난 수치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고졸채용을 1명도 하지 않은 공공기관이 2015년 229곳, 2016년 223곳으로 집계됐으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251곳으로 늘었고 2018년 240곳으로 다소 줄었다가 2019년 265곳으로 대폭 늘었다.



공공기관의 고졸채용 인원을 살펴보면 2016년 1938명에서 2019년 2043명으로 105명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공공기관에서 신규채용 인원을 대폭 늘린 것(1564명)과 비교하면 역시 고졸채용에 인색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고졸채용 비중 2015년 9.1% → 2019년 8.6%로 감소

공공기관 신규 채용 전체 인원 대비 고졸 채용 비중은 2015년 9.1%에서 2019년 8.6%로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과 2016년에는 100명 중 9명 이상을 고졸로 뽑았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100명 중 8.1명(2017년), 8.5명(2018년), 8.6명(2019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늘린다며 적극 추진한 공공기관 인원확충에서 고졸 인재는 소외된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일부 공공기관들은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막론하고 고졸 채용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고졸 채용 비율은 서울요양원 1위

‘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졸 인재를 가장 많이 채용한 기업은 한국철도공사로 1809명을 뽑았다. 2위는 한국전력공사로 1051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전KPS(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뒤를 이어 인원수로 본 고졸 채용 5대기업으로 뽑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체 채용 대비 고졸채용 비율이 9.4%에 그쳐 전체 공공기관 평균 고졸 채용 비율(8.7%)을 약간 상회하는데 머물렀다.



전체 채용 대비 고졸 채용 비율이 높은 공공기관으로는 서울요양원이 45.5%로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5년간 71명을 뽑는데 그쳤으나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고졸 인재로 채운 셈이다. 2위는 대한석탄공사로 34.1%의 고졸인재를 선발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주)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뒤를 이었으며 이 5개사는 모두 30% 이상을 고졸인재로 채용했다. 이밖에도 주택관리공단(260명, 24.4%), 한국수자원공사(381명, 22.9%), (주)강원랜드(229명, 21.5%)가 인원수와 비율 모두 고졸 취업 장려에 한몫 했다.



한국전력공사, 2017년 이후 고졸 채용 1위 기업 자리 내줘

이 통계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2016년에는 한국전력공사가 가장 많은 고졸인재를 채용했으나 이후 한국철도공사에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최근 3년간도 두 회사는 양강 구도를 형성했으나 3년 채용 합계인원은 한국철도공사가 1674명을 뽑아 545명 채용에 그친 한국전력공사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는 한국철도공사가 2019년에만 무려 825명을 선발한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같은 해 96명을 뽑는데 머무르면서 기인한 수치로 분석된다.



특히 2019년 한국철도공사는 많은 인원을 뽑으면서도 전체 인원 대비 최근 5개년 평균(25.2%)보다 높은 27.4%의 고졸 채용 비중을 보여 고졸 취업시장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5년간 전체 인원 대비 15.3%에 달하는 1051명의 고졸 인재를 채용했으나 2019년에는 전체 채용인원의 8.8%인 96명만 고졸로 뽑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 공공기관 고졸 채용 평균 비율과 흡사한 양상으로, 한국전력공사가 고졸 채용에서 한걸음 물러난 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이 회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20% 이상을 고졸로 선발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14.5%, 2018년 12.3%, 2019년 8.8%로 해가 갈수록 고졸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급감하고 있다.



대학병원, 전문직 특성상 고졸채용 부진

고졸 채용 인원 상위 10위를 기록했지만 대졸자를 더 많이 뽑는 부산대학교 병원도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최근 5년간 225명의 고졸을 채용했지만 이는 전체 채용 인원의 5%에 불과해 대졸자 선호 양상이 뚜렷했다.

서울대학교 병원도 최근 3년간 고졸 채용 비율이 5.2%에 그쳐 의료 업종 특성상 대졸 전문 인력이 다수가 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3년간 고졸 채용 인원으로는 13위에 랭크된 근로복지공단 역시 4.9% 규모로만 고졸을 뽑아서 부산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6명 전원 고졸 채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9년 신규 채용 인원은 6명에 불과했으나 이를 모두 고졸로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소위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명문대를 졸업해도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회사는 이러한 선입견을 기분 좋게 타파했다.

같은 해 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은 총 4명을 뽑으면서 고졸 사원을 3명 채용해 대졸보다 고졸이 많은 75%의 높은 비율을 보였다. 2017년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역시 단 1명을 채용하면서 이를 고졸 사원으로 채웠다.



공공부문 일자리 급증했지만 고졸은 소외

최근 정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일자리가 245만개를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국민 조세부담이 증가한다는 우려와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긍정적 시그널이라는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고졸 채용 시장은 여전히 한랭전선이다. 공공기관 채용 수치를 살펴봤듯이 자칭 ‘일자리 정부’에서 고졸 채용에는 인색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성화고 현장실습 대안 등에 대해 실무 부서인 교육부가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일선 교육현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성화고 교사나 학생, 학부모, 졸업생 등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자리 정부는 대졸자만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라며 “이게 바로 양극화”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밝혔지만 취업 전선에 뛰어든 고졸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들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특성화고에서 취업진로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한 교사는 “능력중심 사회라는 말이 많이 들려오지만 정작 기술을 배운 고졸자에게는 먼 나라 얘기로 들린다”며 “정부가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펼친다는데 정작 고졸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아 이따금 우리 학생들에게 기술 우대 사회는 시기상조라고 솔직히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한경DB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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